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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관하여

쉐보레 이쿼녹스 중형SUV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까?

by TENTMAKER 2017. 12. 20.

쉐보레 캡티바 가 단종되었습니다. 대우시절 윈스톰부터 사골논란에도 끈질기게 판매를 이어오던 캡티바 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군요. 올란도 까지 단종시키며 철수설을 더 부추기는 한국GM 이 꺼낸 카드는 쉐보레 이쿼녹스 (EQUINOX) 입니다. 이쿼녹스 는 캡티바 와는 다른 길을 걸으며 중형SUV 시장의 여러 강자들을 긴장시킬 수 있을까요?



각 차량 메이커들은 중형시장을 장악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여러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구요. 승용차의 경우 현대자동차 가 쏘나타 로 중형승용 시장을 접수하면서 자동차업계 1위를 굳걷히 했습니다. 또한 현대차 는 2000년대 초반 싼타페 라는 남성적 디자인의 SUV로 중형SUV 시장을 장악하면서 돈을 긁어 모았더랬죠.(돈 벌었으면 리콜 좀 해라...) 중원을 평정하는 자가 대륙을 평정한다던 중국 역사의 교훈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중형 시장이 중원이죠.


쉐보레 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캡티바 후속 모델로 미국에서 잘 나가는 이쿼녹스 를 내년 상반기 론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이쿼녹스 가 국내 중형SUV 시장을 얼마나 긴장시킬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무리 가격정책을 기가 막히게 책정한다 하더라도 어려울 겁니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이쿼녹스 의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 소비자의 구매 성향 중 확실한 것이 큰 차 혹은 커 보이는 차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쉐보레 올란도 가 기아 카렌스 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차의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막상 카렌스 도 타보면 실내가 그리 작지 않거든요. 하지만 밖에서 보이는 카렌스의 외관은 올란도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같은 급이면 큰 차 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 소비자의 분명한 소비패턴입니다.


자동차의 전장(전체길이)이 큰 정도를, 축거(바퀴와 바퀴사이 길이)가 커보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라고 하면 쉽게 비교가 됩니다.


국내 중형 SUV 최강자 쏘렌토 를 보면 전장과 축거 모두 경쟁 차종보다 깁니다. 2014년 풀체인지 되기 전과 비교하면(4685/2700) 덩치가 어마어마해 졌죠. 그 이전 쏘렌토 는 계륵이라고 까지 했었거든요. 잘나가고 디자인 예쁜 스포티지R 을 사거나 기아 엠블럼만 떼면 다 좋은 차라고 하던 모하비 를 사겠다고 했었죠. 쏘렌토 가 지금의 쏘렌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언컨데 덩치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쉐보레 이쿼녹스 는 캡티바 보다 전장이 짧네요. 축거가 좀 길어서 실내공간이 넓을수도 있지만, 이쿼녹스 의 경쟁상대 는 캡티바 가 아닙니다. 디자인 뛰어난 QM6 를 제끼고, 터줏대감 쏘렌토 를 누르고, 신형 싼타페 까지 압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디자인 만으로는 역부족이 아닐까 합니다.



또 하나는 물량문제입니다. 직수입 방식의 판매는 계약 후 납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 소비자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임팔라 가 그 대표적인 사례였는데요, 임팔라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그 관심정도는 대단했습니다. 사전계약이 몇 천대라는 쉐보레 입장에서는 아주 반가운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약 후 납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개월, 6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기다리다 못해 계약취소가 줄을 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임팔라 열기도 식어버렸구요.


이쿼녹스 가 디자인과 성능, 가격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다 하더라도 제때에 물량공급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임팔라 의 경우와 같은 안타까운 장면이 다시 연출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쉐보레 의 전통적인 가격정책도 이쿼녹스 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 중 하나가 "쉐보레 는 차는 튼튼하게 만들면서 왜 가격정책이 그 모양이냐?"며 불만을 터트립니다. 제 주변에서 소위 현기까 였던 사람들이 정작 차를 구매할 때에는 결국 현대/기아차 를 선택하는데, 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같은 급에 쉐보레 차가 가격이 너무 세다."는게 공통의견입니다. 쉐보레 입장에서 항변을 해볼께요. 쉐보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인데, 가격을 경쟁차종보다 저렴하게 가면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싸구려 이미지라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어려움이 들 것 같군요.



이쿼녹스 대신 트래버스 를 한국시장에 론칭하는 것은 어떨까요? 대형SUV 시장에 절대강자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모하비 는 사골이고, G4렉스턴 은 대형의 중압감이 떨어집니다. 트래버스 가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중원'을 평정해야 '대륙'을 먹을 수 있습니다. 중형시장을 장악해야 자동차시장 전체에 자사 판매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승용이든 SUV든 중형시장 1위가 다른 세그먼트의 차종 판매에 영향을 줍니다. 중형시장에 이렇다 할 판매모델이 없다면 다른 라인업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됩니다. 아니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네요. GM 도 이런 생각으로 이쿼녹스 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합니다.



쉐보레 이쿼녹스 에게 장점은 없나요? 디자인요. 정말 예쁩니다. 이번 쉐보레 라인업의 패밀리룩을 잘 계승한 뛰어난 디자인 은 꿈에서도 나올 듯 황홀하네요.

쉐보레 이쿼녹스 , 과연 많은 어려움을 뚫고 중형SUV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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