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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관하여

주유구 위치

by TENTMAKER 2017. 4. 19.


운전중 연료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주유소나 충전소로 향하죠. 보통 운전하는 쪽, 그러니까 왼쪽에 주유구가 있는 차량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차량이 왼쪽에 주유구가 있느냐 하면 그런건 아닙니다. 왜 주유구는 통일성 없이 어떤 차량은 왼쪽에, 또 어떤 차량은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걸까요?


원래 이는 운전석이 왼쪽과 오른쪽 중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랐습니다. 즉,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나라의 차량은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고, 반대로 오른쪽 핸들이 있는 나라에서는 좌측통행을 합니다. 왼쪽 핸들 문화권에서는 모든 활동들이 차량의 오른쪽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사람들도 오른쪽에서 승하차 하고 짐도 오른쪽에서 싣고, 공도에서 급히 기름을 넣는다고 본다면 주유도 오른쪽에서 하는게 안전합니다. 오른쪽 핸들 문화권에서는 당연히 그 반대구요. 독일과 미국은 왼쪽 핸들 문화권이니까 독일차와 미국차는 오른쪽에 주유구가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은 오른쪽 핸들 문화권이니까 그 나라 차는 왼쪽에 주유구가 있구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독일과 미국처럼 왼쪽핸들 문화권인 나라인데, 왜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주유구가 있는 걸까요? 그것은 현대, 기아 등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자동차회사들이 초기 기술제휴를 맺은 회사가 오른쪽 핸들 문화권인 일본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차량을 그대로 들여오는 데는 주행환경상 무리가 있기 때문에 운전석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그 외 엔진 위치라든가 주유구 위치까지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완전히 다 옮기지 않고 그대로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기술제휴를 받은 곳이 독일 메이커이기 때문에 주유구가 그대로 오른쪽에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초기 모델은 같은 회사 내 다른 차종들과 달리 오른쪽에 주유구가 위치해 있었는데, 이것은 쏘렌토의 기본이 된 과거 스포티지의 기본설계가 미국 포드에 의해 북미시장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쏘렌토는 현대 싼타페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기에 싼타페와 같이 왼쪽에 주유구가 있습니다. 


이렇듯 그냥 만들었을 것 같은 자동차의 각 부분들은 자세히 보면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흔히 마후라라고 부르기도 하는 머플러의 위치도 엔지니어의 생각에 따라 자기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배기가스 장치는 뜨거운 열로 인한 화재의 위험이 있으므로 연료탱크와 먼 쪽으로 지나가도록 설계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연료탱크가 있는 주유구와는 반대쪽에 머플러가 있습니다. 


뒷문이 위아래로 여닫는 해치스타일이 아닌 좌우로 여닫는 스윙스타일의 경우에도 운전문화권과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 현대 갤로퍼와 쌍용 코란도밴이 스윙도어였죠. 그런데 갤로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이 열리고, 코란도밴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문이 열립니다. 이 차이는 코란도는 국내시장 중심으로 설계된 데 반해 갤로퍼는 일본에서 개발된 모델 파제로를 그냥 국내로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뒷문이 오른쪽으로 열리면, 사람이 짐을 들고 일단 길 쪽으로 움직인 후에 오른쪽으로 와야 합니다. 이동거리도 멀고 옆으로 주행하는 차량들에 노출되어 상당히 위험합니다. 닛산 큐브는 우리나라로 정식 진출할 때 운전석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바꾸면서 스윙도어인 뒷문도 여닫는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길에서 큐브가 보인다면 운전석과 뒷문의 위치를 확인해 보세요. 직수입 차인 오른쪽 핸들차와 정식 수입품인 왼쪽 핸들차에 따라 뒷문 손잡이가 다릅니다. 요즘은 이런 사소해 보이는 부분도 놓치지 않을만큼 국내 자동차시장이 많이 성숙한 것 같네요.


참고로 자동차에 좌핸들, 우핸들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확실한 건 아니고 여러 가지 설들만 있습니다. 하나는 원래 먼저 자동차가 개발된 독일에서 왼쪽 핸들로 자동차를 만들었는데, 뒤는게 시작한 영국이 자존심 문제로 오른쪽 핸들로 만들었다는 설입니다. 유럽대륙을 그대로 따라가기 싫어하는 영국의 역사를 볼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독일에서는 왜 왼쪽 핸들로 자동차를 만들었을까요? 자동차가 있기 전 마차 전성시대에, 승용마차의 마부는 왼쪽에 앉아서 말을 몰았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마부가 오른손잡이여서 왼손으로 고삐를 쥐고 오른손으로 채찍질을 하는 등 더 섬세한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동차 제작에도 연결되었다고 보는 의견이 대체로 많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에는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으면 자신감을 가지고 핸들도 더 힘 있게 쥐게 되고 핸들의 미묘한 조작도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른쪽 핸들이 운전하기에 더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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